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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정보기술)강국’ 또는 ‘ICT(정보통신기술)강국’이라고 불리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IT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영국의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해마다 발표하는 IT산업경쟁력지수는 IT강국이라고 일컬어지던 2007년에는 세계 3위까지 올랐다가 2008년에 8위, 2009년에 16위, 2011년에는 19위로 추락하였다(2010년에는 발표하지 않음). 올 연말에는 몇 위까지 얼마나 더 낮아질 지 궁금하다. 대책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과 위정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보고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2008년 2월 25일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IT정책을 총괄했던 정보통신부를 해체하여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 등 4개 부처로 분산시켰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대신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정보화 예산은 크게 삭감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IT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내 IT산업이 지난 4년여 동안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은 IT업계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에서는 다른 지표를 인용해가면서 우리나라의 IT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았고, 국내 IT산업도 오히려 잘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 IT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성장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몰린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ICT산업의 위기 현재 국내 IT산업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의 주된 원인은 IT 관련 법·제도, 산업정책, 산업생태계 조성 등에서 입법부의 입법 활동 부진 및 행정부의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정통부 해체와 정보화 예산 축소 등과 같은 현 정부의 실정으로 크게 실추된 IT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업계와 학계가 공동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일부 부처는 부처이기주의에 빠져 자기 영역을 놓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도 정통부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다. 굳이 정통부와 같은 부처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ICT 컨트롤타워(ICT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없어서 생기는 폐해를 수시로 목격하면서 안타까움을 여러 번 느끼는 데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왜 과거 회귀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ICT강국의 부활 필자는 단순히 정통부의 부활이나 과거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통부와 같은 ICT 전담부처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편의상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과거의 정통부가 잘 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정통부가 없는 지금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에 ICT 전담 부처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이다. 반드시 ICT 전담 부처를 다시 만들되 그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발전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이어야 한다. ICT 전담 부처가 없이 ICT 정책이 네 부처로 흩어지자 업무 공백과 더불어 업무 중복도 많이 생기고 있다. 본인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웹 접근성 분야를 예로 들어 보겠다. 모바일 웹의 표준은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만들었다. 그러나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시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도 관련 포럼을 운영하는데 지원을 하고 있다. 방통위도 나름대로 산하기관을 통해 웹 표준과 웹 호환성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 부처에서 전담하면 효율적으로 이뤄질 일이 어떤 일에는 네 개 부처가 경쟁적으로 뛰어 들고, 또 다른 일에는 아무 부처도 신경을 안 쓰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구글의 시각장애인 연구원 라만 박사를 두 차례 만났다. 그는 강연과 포럼을 통해 여러 나라를 다닐 때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스를 통해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구글맵스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서 쓸모가 없다고 한다. 규제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구글맵스를 쓸 수 없는 나라는 세계 각국 중에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우리나라가 절대로 ICT강국 명예를 다시 찾을 수 없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IT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하여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해줘야 한다. 대기업만 배부르고 중소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ICT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IT 인력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모 언론에 “북한보다 못한 한국의 IT인력 양성정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북한은 초등학생 때부터 IT인재를 선별해서 전문가로 육성하며, 컴퓨터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도 여러 곳에 있다, 필자는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고 중국에서 북한의 IT전문가들과 회의를 하면서 그들의 전문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ICT산업이 일자리를 줄인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ICT산업에 투자하면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ICT산업과 IT융합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조선시대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지만, 지금은 ‘ICT천하지대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ICT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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